1시간 대기후 받아든 동태탕 한 그릇, 이전 오픈한 동묘 광주식당(위치, 새단장 모습, 식후 동묘산책)

옛 가게의 기억, 이전한 위치

1990년부터 동태찌개 하나로 사랑받아 온 광주식당이 2026.10월 동묘앞역 3번 출구 앞으로 이전해 다시 문을 열었다. 옛 가게는 동묘시장 구석 노점과 옷가게 사이에 끼어 있던 작은 점포였다. 색색의 줄무늬 셔터와 손글씨 같은 투박한 간판이 인상적이었다. 지금은 셔터가 내려지고 '이전 안내'라는 글씨만 남았지만, 그 앞을 지나는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정든 추억의 자리다.

기존 광주식당 모습

새 가게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궁금해서 파란 가을하늘이 높게 펼쳐진 날,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동묘로 향했다. 찾아가는 길은 어렵지 않다. 동묘앞역 3번 출구로 나와 와우유통 골목으로 들어서면 된다. 약도의 붉은 선만 따라가도 금세 도착한다.

광주식당 약도

골목 입구부터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가격이 8천 원에서 1만 원으로 올랐는데도 대기줄은 여전히 길었다. 한 시간을 기다린 끝에야 입장할 수 있었다. 이 집은 하루에 준비하는 양이 정해져 있다. 주인아저씨 말로는 200~230인분 정도라고 한다. 재료가 떨어지면 그날 장사는 끝나고, 저녁 장사도 하지 않는다. 내가 간 날은 오후 1시 10분 이후에 도착한 손님부터 재료 소진으로 돌려보냈다. 간신히 먹을 수 있었던 나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

광주식당 대기줄

깔끔하게 새단장

새로 문을 연 가게는 불그스레한 처마 아래 푸른 문이 인상적이다. 화분이 입구를 둘러싸 한결 산뜻해졌다. 낡은 시장 골목에서 이렇게 말끔한 가게로 옮겨 왔다니 새삼 반가웠다.

새 광주식당 외부모습


안으로 들어서면 밝고 깨끗한 실내에 테이블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메뉴는 동태찌개 단 하나뿐이라 메뉴판조차 없다. 

새 광주식당 내부모습

벽에는 TV 프로그램 '백반기행'으로 유명한 허영만 화백과 함께 찍은 사진, 그리고 화백이 그려 준 동태그림 액자가 걸려 있다. 식당 안의 유일한 장식이다. 자리에 앉자마자 음식이 나왔고, 음식을 받으면 바로 결제하는 방식은 예전과 같다. 신용카드도 된다.

허영만 화백 사진과 동태그림

쟁반에 담겨 나온 동태찌개는 단출하다. 큼직한 무와 동태, 대파가 칼칼한 붉은 국물에 푹 잠겨 있고, 곁들이는 반찬은 콩나물, 단무지 같은 소박한 찬이 전부다. 국물을 한 숟갈 떠먹자 속이 확 풀렸다. 밥 한 공기와 찌개 하나로 충분했다. 줄을 서서 기다린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광주식당 동태찌개

방문하려면 명함 정보를 꼭 확인하자. 평일은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 주말과 공휴일은 오후 4시까지이고 매주 월요일은 쉰다. 재료가 소진되면 일찍 문을 닫으니 서두르는 것이 좋다. 오후 1시전까지 가야 먹을수 있을듯 싶다.

광주식당_명함_앞뒷면

식후 산책, 동묘공원과 동묘시장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가까운 동묘로 걸었다. 동묘공원 정문 앞 비석 옆으로 붉은 벽의 기와 문이 서 있다. 안내문에 따르면 관람 시간은 3월부터 10월까지 오전 9시~오후 6시, 11월부터 2월까지 오후 5시까지다.

동묘공원 정문과 비석


문을 지나면 소나무가 어우러진 고즈넉한 마당이 나온다. 맑은 하늘 아래 바람이 잔잔했고, 도심 한복판이라 믿기지 않을 만큼 조용했다. 붉은 건물 안에는 금빛 관우상이 모셔져 있어 눈길을 끈다.

동묘 내부전경

동묘 관우상


공원을 나서면 곧바로 동묘시장이다. 알록달록한 파라솔 아래로 옷, 모자, 가방, 잡화 노점이 끝없이 이어진다.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이 대부분일 것 같지만 의외로 젊은이들과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섞여 있었다. 낡은 것을 새롭게 즐기는 젊은 세대와 오랜 단골이 한데 어울리는 풍경이 신선했다.

동묘시장 전경

동묘시장 노점

마치며

줄 서는 맛집과 고즈넉한 사당, 활기찬 시장이 한 구역에 모여 있는 동묘. 가을하늘 좋은 날, 일찍 가서 동태찌개 한 그릇 먹고 천천히 걸어 보자. 단, 재료가 떨어지기 전에 도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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