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문턱, 도고에서 만난 여유 (도고성당, 예당호, 예산읍 상설시장)

 

언덕위 아담한 도고성당과 십자가의 길

9월 중순, 하늘엔 하얀 뭉게구름이 두둥실 떠 있고 덥지도 춥지도 않은 더없이 쾌청한 날, 아산시 도고면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여름의 끝자락과 가을의 시작이 교차하는 이 계절이야말로 여행하기에 가장 좋은 때가 아닐까.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도고성당이었다. 언덕 위에 자리한 아담한 성당은 흰 종탑이 파란 하늘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도고성당 전경


성당 안으로 들어서니 나무 서까래 천장 아래로 소박한 십자가가 고요히 걸려 있었다. 몇몇 신자들이 조용히 기도를 올리고 있었고, 그 정적 속에서 마음이 절로 차분해졌다.

성당내부


성당 뒤편 언덕길을 따라 오르니 십자가의 길이 이어졌다. 돌에 새긴 예수님의 수난 장면들이 하나하나 발걸음을 멈추게 했고, 소나무 숲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이 성스러운 분위기를 더했다.

뒷산에 펼쳐진 십자가의 길(14처중 4처)


조금 더 오르자 뒷산 정상에 커다란 십자가상이 우뚝 서 있었다. 그 아래로 펼쳐진 예수상과 성모상은 초록빛 잔디 위에서 온화하게 두 팔을 벌리고 있었다.

도고성당 뒤산 십자가의 길 정상에 위치한 십자가상

성당에서 내려다본 풍경은 이번 여행의 백미였다.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아산 들녘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고, 그 사이로 마을 지붕들이 알록달록 점처럼 박혀 있었다.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도고성당에서 바라본 아산들녘


예당호 산책

도고성당에서의 여유로운 산책을 마친 뒤 예당호로 향했다. 입구에 세워진 관광안내도를 보며 전망대, 출렁다리, 수변무대까지 동선을 가늠해보았다.

예당호 관광안내도

수변무대에서는 흰 케이블이 하늘을 가르며 뻗어 있는 출렁다리가 장관을 이루었고, 근처 인공폭포는 시원한 물줄기를 쏟아내며 늦여름의 열기를 씻어주었다.

예당호 수변무대

예당호 인공폭포

직접 출렁다리 위를 걸으며 잔잔한 호수와 멀리 늘어선 산자락을 바라보니,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온전히 자연 속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넉넉해졌다.

예당호 출렁다리

예산 8味(미)


예산읍 상설시장

허기진 배를 채우러 예산읍 상설시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맛난음식이 지천이었다.  예산은 예산소갈비, 예당붕어찜, 예당민물어죽, 삽다리곱창 등 이른바 '예산 8味'로도 유명하다.   무엇을 먹을지 즐거운 고민에 빠지게 한다.

먹거리타운 안으로 들어서니 넓은 공간에 정겨운 알루미늄 테이블과 의자들이 줄지어 있었고, 이곳저곳에서 풍겨오는 음식 냄새가 발걸음을 재촉했다. 여러 노포가 한자리에 모여 있어 골라 먹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다.  배부르게 즐기고 나면 여행의 만족감이 배가 되는 법이다.

예산읍 상설시장내 먹거리타운


돌아오는 길, 지인이 경작 중인 밭에 잠시 들렀다. 초록빛 잎사귀 사이로 통통하게 여물어가는 메주콩과 서리태 꼬투리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곧 다가올 수확철을 기다리는 콩들을 보며 한 해의 결실을 눈앞에서 확인하는 듯한 농부의 뿌듯함이 내게도 느껴진다.

메주콩

성당의 고요함, 호수의 시원함, 시장의 활기, 그리고 밭의 풍요로움까지 — 도고면 하루 나들이는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낀 소박하지만 알찬 시간이었다. 쾌청한 하늘 아래 서두르지 않고 걸었던 이 하루가, 다가올 가을을 더욱 기다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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