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통과 커튼봉으로 만든 감 채집기, 성능도 굿!(재활용품, 제작, 수확)

재료는 아파트단지내 재활용품 폐기장에서

며칠 전 장인어른이 마당에 감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감이 많이 열렸다며 따달라고 부탁하셨다. 쇼핑몰에서 채집기와 장대를 찾아보니 몇만 원이었다. 한 그루 때문에 장비를 사느니 차라리 사 먹는 게 낫겠다 싶어 직접 만들기로 했다.

마당의 감나무 한그루


생각보다 감이 많이 달렸다

마침 아파트 단지 재활용품 배출일이라 플라스틱 통들을 뒤져 튼튼해보이는 빈 간장통 하나를 주웠다. 깨끗이 씻은 뒤 가위로 통 아랫부분을 오려냈다.

참고로 처음엔 생수병으로 만들어 봤는데 플라스틱이 너무 물러서 힘을 못 썼다. 그래서 더 튼튼한 간장통으로 다시 만들었다. 이 재료 선택이 성공의 반이다.

이런 간장통을 말하는 것 (구조가 튼튼)

장비 제작

먼저 채집기를 만들기 위해 빈 간장통에 유성 매직으로 선을 그리고 가위로 따라 오렸다.

* U자 홈: 감나무 가지를 끼워 비틀어 꺾는 목적

* 큰 구멍: 감 한 알을 넣어 잡아당기는 목적

완성된 모습


감가지를 넣어 비틀어 꺽는 목적

가위로 오려 구조가 약해진 부분과  각진 부분 등 여러 곳을 스카치테이프로 보강했다.  많이 할수록 좋다.

이후, 집에 굴러다니던 안 쓰는 커튼봉을 장대로 썼다. 커튼봉은 금속재질이라 튼튼한데다 (작은 직경의 봉이 큰 직경의 봉 안에 들어가) 길이가 조절되는게 장점이다. 중간 연결부위를 드릴로 뚫어 나사로 풀고 조일 수 있게 하니 길이 조절과 보관이 편했다.

커튼봉을 완전히 펴서 구멍을 뚫고 나사로 조임


만들어 둔 채집기를 장대(커튼봉) 끝에 꽂고 연결부위를 드릴로 뚫어 나사로 조였다. 다 만들고 보니 꽤 그럴듯하게 완성되었다.

* 채집기는 비틀고 당기다 보면 망가질 수 있으니, 같은 것을 하나 더 만들어 여분으로 준비해두길 권한다.


연결부위 (헐거우면 장대를 테이프로 감자)

이 작업의 핵심은 간장통 입구 크기다. 간장통 입구가 커튼봉보다 약간 크거나 약간 작아야 연결을 할수 있다(딱 맞으면 안된다.  꼽히지 않는다.).  스카치 테입을 돌려감아 직경이 작은 부분을 메꾸면 연결부분이 흔들림없이 꽂혀 단단히 고정된다. 그러니 재활용품을 고를 때 통의 입구 크기가 봉 직경과 대충이라도 맞는지 주의깊게 보자.

완성된 모습(자로 재보니 3.2m)

실전 수확!

드디어 오늘 오전 장인어른댁 마당에서 장인·장모님과 셋이서 역할을 나누어 작업했다.

나는 긴 장대로 높은 가지의 감을 딴다.

장대를 눕히면 멀찍이 서 계신 장인어른이 채집기 속 감을 꺼내 장모님께 건넨다.

장모님은 바구니를 바꿔 가며 쌓으신다.


손발이 척척 맞아 재미있었고, 푸른 하늘에 시원한 가을 날씨라 일하기도 좋았다. 채집기 성능도 예상보다 훨씬 좋았다. 다만 담벼락 위에까지 올라가서 따느라 조금 위험한 순간도 있었으니, 높은 곳에서는 각별히 조심하자. 나무가 워낙 높아 맨 위 가지는 장대가 닿지 않아 까치밥으로 남겼는데도 세 바구니가 넘치도록 땄다.

한그루에서 수확한 감 (양이 많다!)

갓 딴 감을 먹어 보니 마트에서 산 것보다 훨씬 싱싱하고 맛있었다. 흡족해하시는 두 분 표정을 보니 내 마음도 뿌듯했고, 장모님이 차려주신 점심에 막걸리 반주까지 곁들이니 만족감이 배가 되었다.

* 덜 익은것은 신문지를 깔고 그위에 며칠간 펼쳐놓으면 잘 익는다 

마치며

오늘의 핵심은, 내가 직접 만든 도구로 일을 마쳤다는 기분 좋은 성취감, 그리고 장인·장모님과 함께 웃으며 일한 시간이 나중에 좋은 추억이 될 거라는 점이다.

혹시 한두 그루 정도 감을 따야 한다면 장비를 사지 말고 재활용품으로 직접 만들어 보자. 어렵지 않다!


Post a Comment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