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하늘 아래 광희문, 그 앞에 선 작은 현양관(위치, 층별안내, 팸플릿)

아름다운 광희문 맞은편에 위치한 순교자현양관

파란 가을 하늘이 유난히 높은 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가까운 광희문순교자현양관을 방문했다. 1396년 한양도성을 쌓을 때 세운 사소문 중 하나인 광희문은 성곽 사이에 아담한 문루를 얹고 서 있다. 오래된 돌벽 위로 소나무 가지가 드리우고, 시원한 바람이 풀잎을 쓸고 지나갔다. 

성곽 앞 벤치와 잔디밭에서는 시민들이 저마다 편안한 얼굴로 쉬어 가고 있었다. 책을 펴 든 사람, 잠시 눈을 감고 햇살을 쬐는 사람, 안내판 앞에서 달빛로드 코스를 살피는 사람까지, 도심 한복판이라 믿기지 않을 만큼 느긋한 풍경이었다.

광희문


광희문 바로 앞에 붉은 벽돌로 지은 작은 건물이 있다. 광희문순교자현양관이다. 뾰족한 아치 모양의 유리창이 하늘로 솟아 있어 첫눈에 성당 같은 단정함이 느껴진다. 벽돌 벽에 세로로 새긴 이름이 건물의 성격을 조용히 알려 준다. 규모는 작아도 가을 햇살에 붉게 빛나는 모습이 유난히 따뜻했다.

광희문순교자현양관

유리문에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개관은 오전 10시, 폐관은 오후 5시이고 점심시간에는 문을 닫는다. 월요일은 휴관이다. 미사는 목요일,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오후 3시에 있으며, 화요일과 수요일에는 미사가 없다. 순례 도장은 우편함에 있다고 하니 도장 모으는 재미도 있다. 

운영시간 안내문


전시실에서의 엄숙함(층별 안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4층 전시실부터 보면서 내려오는 순서였다. 벽에는 광희문 밖에 버려지고 묻힌 순교자들의 이야기가 사진과 설명으로 이어진다. 1801년 신유박해 이후 옥에서 숨진 신자들의 시신은 가족이 수습하지 못하면 광희문 밖으로 내쳐졌다고 한다. 이곳에서 시신이 버려지고 묻힌 순교자는 794위 이상이다. 감옥살이와 교수형을 그린 기록 앞에서는 걸음이 저절로 멎었다.

4층 순교기록 전시실

3층 작은 성전에서는 마침 미사가 이어지고 있었다. 하얀 미사보를 쓴 신자가 오르간을 연주하는 소리가 복도까지 조용히 번졌다. 적은 인원으로 이 시설을 유지하며 봉사하는 신자들의 마음이 느껴졌다.  2층에는 고해성사실이 있고, 1층에는 안내데스크가 자리해 방문객을 맞는다.

3층 작은성전(미사 중인 모습)

팸플릿으로 더 알아보기

현양관에서 받은 팸플릿에는 광희문 성지의 역사와 오시는 길이 정리되어 있다. 광희문이 도성 안 백성의 시신이 나가는 문이라 시구문으로도 불렸고, 이후 순교자들의 영광이 빛나는 문이 되었다는 설명이 인상 깊었다. 이어서 천주교 서울 순례길 '말씀의 길'도 소개한다. 총 8.7km, 약 3시간 40분 걸리는 코스이다.

팸플릿 앞면

팸플릿 뒷면

마치며

문밖에는 따사로운 햇살 속에서 쉬는 사람들의 여유가, 문 안에는 이 땅에서 신앙을 지키다 버려진 이들의 고단한 기억이 있다. 두 풍경의 대비가 묘하게 가슴에 남는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평온한 오후가 얼마나 많은 이의 희생 위에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가을 산책길에 광희문을 지난다면 현양관에 잠깐 들러 보기를 권한다.

Post a Comment

다음 이전